지미 핸드릭스, 올해가 40주년
해왕성 계곡 [Valleys of Naptune]에 접근하는 좁은 길

록에도 레전드가 있다. 지미 핸드릭스나, 지미 페이지, 제프 벡 같은 신화화된 기타리스트는 물론이고, 레드 제플린, 크림 같은 하드록 밴드, 메탈리카 같은 메탈 계의 거신, 그리고 이제는 너바나, 라디오 헤드 같은 90년대의 밴드도 그 대열에 포함되는 추세다. 어쨌거나 다들 이름만은 알고 있는 '영구 인증'된 밴드다. 그런데 다들 이름만은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니까, 사람들은 이들의 음악을 다들 손에 잡힐 듯이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다들 '레드 제플린 대단하지'라고 말하긴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건데, 이런 레전드의 넘버는 은근히 인기가 없다.
예컨데 노 브레인의 '난 네게 반했어"를 좋아한다고 해도 에릭 클랩튼이 몸 담았던 크림(Cream) 같은 원조 하드록 밴드의 곡을 들을 땐 전혀 반응이 다르다. (이게 머야? 왜 좋은 건데?) 그래도 같은 클랩튼 솔로 시절 '레일라'의 연주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며, 노년기의 곡인 '티어스 인 헤븐'으로 가면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사람들에게 역순으로 들려준다. 밀크 커피 같은 '티어스 인 헤븐'에서 시작, 아포카토처럼 쓴맛과 단맛이 적절이 섞인 '레일라'로 그리고 거친 에소프레소라 할 수 있는 크림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다. 라디오 헤드로 치자면 'Creep'과 "paranoid Android' 그리고 'Pyramid song'의 순이라고 해도 좋겠고.
그런데 이건 이렇게 이빨이 들어가는 말랑한 음악들이 경력에 포함된 인간들의 이야기이고, 아예 에소프레소 같이 거칠고 와일드한 음악만 들입다 뽑다가 돌아가신 분의 경우는 어떻게 할까?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올해로 사망 40주년을 맞이한 지미 핸드릭스다. 올해 그의 신보 아닌 신보, [Valleys of Neptune]이 발매되어 지미에 대한 관심이 환기된 바 있는데, 이 앨범은 반쯤은 신보이고 반쯤은 이미 알려진 곡의 다른 버전이 들어 있는 편집 앨범이다. 그런데 당신이 이 앨범을 샀다고 해도, "역시 지미 핸드릭스는 좋군"이라고 말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는 반반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Stone Free'나 이번 앨범에서 최초 공개된 싱글, 'Valleys of Naptune'의 경우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질 것 같고, 전체적으로 꽤 좋은 앨범이지만, 음악 퀄리티와는 별개로 대부분의 사람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친근한 앨범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그리 높진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필자의 경우도 한참 록의 역사를 파고들던 고교 시절, 지미 핸드릭스의 [Electric Landlady]앨범을 넘치는 학구열로 사다 듣다가, 결국 서랍에 그냥 집어넣은 일이 있었다. 이해하고자 하는 집념이 있어서 수십번 듣긴 했지만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Foxy Lady' 같은 곡을 버스에서 듣다가 기타 사운드가 너무 울렁거리게 느껴진 나머지 차에서 내리지마자 토한 일이 있었다. 그런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감당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다고 할까?
지미 핸드릭스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 중 하나의 장벽은 우리가 미국의 1960년대 후반기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시기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은 아마도 밥 딜런일 것이다. 그는 60년대 초 등장해서 'Blowing in the wind' 같은 사회운동적 포크송을 부르다가 1965년인가의 어느날, 어쿠스틱을 버리고 전기 기타를 잡아 포크를 지지하는 층에게 반역자 대접을 받았다. 그가 이후 사뭇 데카탕한 길을 걸었다는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다.

그는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시대는 점점 그렇게되어 갔다. 그래서인지 딜런은 반문화 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기획된 우드스톡 페스티벌에도 마케팅에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 정작 참여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전기 기타 시대의 꽃이 피어났다. 레슬링의 태그 매치를 하듯이, 바로 그 1969년의 우드스톡 페스티벌을 통해 지미 핸드릭스는 전기 기타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이 우드스탁의 무대에서 미국 국가인 'The Star-Spangled Banner'를 연주했는데, 이 경건한 국가를 손이 가는 대로, 필이 내키는 대로, 총소리를 내고 울음 소리를 내고, 케익을 뭉개 몸에 바르듯이 연주했다. 누군가가 말했다. "마치 소리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열린 우드스톡에서, 이 연주 장면은 오래도록 록의 전설로 남게 된다.
그의 연주가 대단한 점은 단순히 국가를 괴상하게 연주했다는 식의 반골기질이 아니었다. 그는 딱히 사회운동가적 의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본능적인 소울'을 전달하는 기타 연주자에 가까우며 일렉 기타의 잠재력을 해방시킨 인물이라고 해야 한다. 그 이전에 전기 기타는 전기 스피커를 통해 어쿠스틱 기타보다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기타에 가까웠다. 그 이전의 블루스 연주를 볼륨업해서 연주하는 것에 다름아니었다. 그런데 핸드릭스는 '전기작용으로 소리를 증폭하는' 전기 기타의 특성을 기타 연주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소리의 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주법이 바로 기타 피드백 사운드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다들 노래방에서 노래를 할 때 '삐-익'하는 괴로운 소리가 발생하는 경우를 접해본 일이 있을 터다. 이 소리는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마이크에 입력되어, 그 소리가 다시 스피커로…. 무한 공진이 되면서 발생하는 잡음이다. 어떻게 보면 오작동으로 인한 노이즈인데, 전기 기타와 앰프 사이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지미 핸드릭스는 이러한 노이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음악의 소울을 표현하는 토대로 삼았다. 전기 기타가 화성과 리듬을 연주하는 악기에서 괴성을 지르며 뒹굴고 울부짓는 악기로 변이하게 되었다. 이건 흑인 소울음악의 감성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아마도 핸드릭스가 흑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당시 대중에게 그 연주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정갈한 시만 보다가 갑자기 파괴적인 다다이즘 시를 보는 것과 비슷한 파괴력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전의 기타 연주가 권총을 쏘는 것 같았다면 지미 핸드릭스의 연주는 기관총 연사였다.
1960년대는 그랬다. 전쟁, 반전. 평화, 약물, 신성모독. 모더니즘 시인, 히피. 그 모든 것이 오물처럼 뒤범벅된 시대다. 핸드릭스가 다음 시대로 가는 록 사운드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문턱인 1970년에 죽었다. 그래서 올해 2010년이 40주년이다. 그 영향력은 조금도 쇠퇴하지 않았다. 그와 동년배 기타리스트인 제프 벡이나 지미 페이지 역시도 핸드릭스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후세에 미친 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노이즈'를 기타 연주의 미학으로 정립한 지미 핸드릭스가 없었더라면 얇은 피드백 노이즈를 정교하게 배치해서 아름다운 화성을 이끌어내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같은 밴드도 없었을 것이다.. 홍대 클럽에서 피드백 노이즈를 내려고 기타를 앰프에 열심히 가져다대는 기타리스트도 없었을지 모른다. '이 앨범의 이런저런 소리들은 전부 전기 기타로 낸 것입니다. 놀랍지롱?"라는 식의 문장을 앨범에 썼던 일이 있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은 지미 핸드릭스의 전례를 좀더 작은 사이즈로 따라해본 것에 불과하다.
사실 더 이상 락 음악은 반역적인 음악은 아니다. 물론 록 음악은 아직 대중화되지 못했다. 일부 록 음악이 떴을 뿐이고 아직도 소수자 음악이다. 그러나 소수자의 취향이라고 해서 꼭 반역적인 것은 아니다. 록은 딜런의 사회적 감성에서, 핸드릭스의 기타 사운드적 탐미를 넘어, 아직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가지 못했다. 록의 유행 역시도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를 도돌이표처럼 반복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지금의 록 평론가들도 록이 정말 반역적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진 않고 '소수자 음악'이라는 관점에서 옹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핸드릭스를 듣는 다는 것은 록 음악이 진짜 모독적이고 쿨할 수 있었던 시절, 사람들이 전율에 떨며 사운드를 듣던 그 시기를 다시 한번 들어보는 행위다. 어쨌거나 레전드란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증언하는 이름이니까.
- <마리끌레르> 8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