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Via Show #07.1 눈뜨고코베인 - 네종종전화할께요 from La Via Show on Vimeo.
찍은지 좀 된 영상.
최근에 비메오에서 플레이가 많이 된다길래 가서 보니
정말 덧글이 많이 달려 있었다.
영상의 힘이려니.



관에서 깨어났지만
지금의 나는 좀비와 같다.
누군가가 퇴치해줘야 한다.

이건 딴 이야기지만,
노무현은 재임 중에 실망을 많이 시켰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에 돌아보니, 이명박은 모든 면에서 기대이상이지 뭔가.

오후 12시
깨어나니 동행인은 이미 주변을 한바퀴 돌고온 뒤였는데, 눈을 부비고 있는 내게 꺼낸 첫마디는 이랬다.
“옮기자.”
이미 결정사항이었다. 코 창에 있을 수 있는 앞으로의 이틀 동안 제대로 된 해변은 한번 보고 바닷물에 발목까지는 담그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코 창에서 가장 큰 해변으로, ‘화이트 샌드 비치’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루만에 첫 숙소를 체크아웃하게 된 셈이다.
어떤 숙소가 어디에 있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숙소 앞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웹서핑에 들어갔다. 그래서 찾게 된 숙소는 ‘아리나 리조트(Alina Resort)’. 지금까지 우리가 묵은 숙소 중에서는 가장 비싼 축이다. 숙소가 깔끔해 보이고 ‘바로 15m만 나가면 해변이 있다’라는 설명이 우리를 잡아끌었다.
썽태우를 타고 30분을 달려 화이트 샌드 비치에 당도했다. 도착하자 드디어, “방 있어요. 싸요” “좋은 방 있어요” 등등 호객행위를 하는 현지인들이 보였다. 작긴 하지만 관광지에 온 기분이 들어 오히려 안심이 되더라고 할까. 현금 출납기나 편의점 등의 편의시설도 꽤 보인다.
아리나 리조트를 찾아냈다.

그래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되지. 약속의 땅은 있었다. 맞은편 도로를 건너 15m,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나자 백사장이 펼쳐졌던 것이다. 그래봐야 한국의 작은 해수욕장 정도의 크기다. 주로 백인들이 놀고 있는데, 그래도 ‘시끄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간간히 사람이 있는 정도랄까? 바로 우리가 원하는 사이즈의 해변이며 우리가 바랬던 정도 숫자의 인간들이었다.

드디어 발에 백사장의 모래를 묻혀본 나. 드디어 발목까지 바닷에 담가본 동행인. 사실 나는 해변이라든가 바다라든가, 수영이라거나 하는 것에 하등의 관심이 없는 편이다. 자연에 대한 경이감이 턱없이 부족한 인간이라고 하겠다. 다만 이국의 섬에 왔으니 발을 그 모래에 담가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제 그 목적을 드디어 달성하니 마음은 이국의 섬 위에 두둥실 떠올랐다.
해변을 보장받은 동행인과 나는 아리나 리조트에 가격 협상을 위해 들어갔다. 굳이 에어컨 있는 방은 필요 없으니 그냥 선풍기가 있는, 보다 싼 방을 원했는데, 남은 방이 에어컨 설치된 방 밖에 없다고 한다. 망설이는 우리.
“일단 방을 보고 결정하시겠습니까?”
방으로 안내를 받는데… 아니, 건물 뒤에 수영장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아, 동행인과 나의 눈이 버럭 떠졌다. 나도 평생에 한 번은 수영장 있는 숙소에서 묵어 보고 싶다. 얼굴을 보니 동행인도 상당히 ‘내켜’하는 눈치다. 결국 가격협상에 나선 우리들. 성수기가 아니니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1500바트로 책정된 방을 1300바트로 묵을 수 있었다.

마침내 방에 짐을 푼 우리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첨벙첨벙 첨벙첨벙, 우파우파. 한 30분 정도.
오후 3시
피곤하다는 동행인은 잠시 방에서 쉬기로 하고, 나는 스쿠터를 빌리기로 했다. 길가에 200바트면 하루를 빌릴 수 있다는 스쿠터가 유혹적이었기 때문이다. 코 창에서는 썽태우가 주요한 대중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말했듯이, 버스가 없다) 스스로 이동하려면 스쿠터가 필수다. 동행인과 나 둘 다 운전면허가 없는 고로 론리비치에서부터 자가 교통수단이 없다는 것이 가장 서러웠다.

나 : “그런데 이거 시동은 어떻게 켜나? 한국 거랑은 좀 구조가 다르군.”
(아줌마,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시동켜는 법을 알려준다)
나 : ‘으음… 앞으로 출발하려면 오른쪽 핸들을 당기나?’
(스쿠터, 휘청거리면서 급출발, 브레이크를 당겨 겨우 멈췄지만 쓰러질 뻔하다. 태연한 얼굴을 가장했지만 이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줌마 : “당신, 정말 이거 전에 몰아본 적 있는 거 맞나?”
나 : (뻔뻔한 얼굴) “진짜다. 단지 한국 거랑 좀 달라서…”
아줌마 : (미심쩍다는 듯) “그럼 다시 가봐라”
나 : “좋다”
(다시 핸들을 조심스레 당겨 앞으로 전진한다. 스쿠터 끼긱끼긱하면서 불안하게 전진한다)
주변 상가의 사람들이 전부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흔들리는 발진과 불안한 U턴, 제동 때문이었을까. 아니, 중간에 시동을 몇 번 꺼트렸던 것 때문인가…. 맞은편에서 오는 스쿠터랑 충돌할 뻔했던 것 때문일까.
하지만 그것도 전부 30분 전의 일!
지금의 나는 베스트 드라이버!
내가 가는 길마다 질주!
속도는 나의 힘!
속도계는 공포인 듯 몸을 떨며 시속 30km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이 몸은 아직 여유!
으하하하! 이것이 바로 속도라는 것이구나. 이런 강력한 마력을 지배하에 둘 수 있다니! 사람들이 속도광이 되는 이유를 알겠어!
차도 적도 사람도 적은 코 창의 여유만만한 도로를,
약 500M 정도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나의 세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밤에는 동행인을 태우고 근처 식당까지 갈 수 있었다. 비록 200M 거리였지만.
그랬다는 이야기다.

구운 드래곤 새우는 맛있었다.
오후 6시
고속 버스를 타고 6시간을 달려 랭옵 선창장에 도착. 그곳에서 보이는 바닷물은 의외로 그리 맑거나 아름답지 않았다. "역시 피피섬에 갔어야 했나" "비행기값이 없었잖아"
하지만 속단은 금물. 페리를 타고 육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바다의 색이 달라지는 것이 눈으로 확인된다. 에메랄드 빛까진 아니지만 맑고 청푸른 바다빛으로 동행인과 나의 가슴 이 빛깔에 물들어 요동하기 시작한다. 오오 드디어 나도 ‘이국의 바다’라는 것에 도킹해보는구나.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이게 아닌데!”
백사장이 어디 있어! 백사장은! 아니 일단 바다가 보이질 않잖아! (울음) 보통 해변이라 함은 탁 트인 바다와 넓은 백사장이 눈 앞에 펼쳐지고 길가에 여기저기 숙소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냔 말야. 이건 방갈로나 리조트, 식당은 몇 개 눈에 보이는데, 해변이 보이질 않는다.
동행인의 말에 따르면 이쪽의 해변은 한국의 해변처럼 크지 않고, ‘해수욕장’이라는 개념이 없다는고 한다. 대체로 소규모의 백사장이 있고, 이런 백사장은 특정 방갈로나 리조트를 지나야 구경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자면 백사장을 따라 리조트가 일렬로 세워지고 그 리조트에서 특정 백사장을 점유하는 식이다. 뭐 이것도 인터넷에서 읽은 정보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여튼 우리는 숙소를 먼저 정했고, (카차푸라 리조트, 800바트) 이제 바다를 찾아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따로 바다에 면해 있질 않았고 그래서 우린 이때까지 바다 구경도 못했기 때문이다.
헉헉, 바다… 바다를 보고 싶어!
해변이라고 되어 있는 표지판 방향으로 걸어 겨우 몇몇 방갈로를 발견, 그 방갈로들 사이에 바다가 보이는 것을 목격했다. “저기, 바다다!” 바다를 면해 일렬로 세워져 있는 방갈로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정면으로 바다를 보았다.
바다다!
... 물론 바다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 한 명 없는, 자갈밭이.

태양이 지고 있었다.
마침 하이쿠가 하나 떠오른다.
겨우 바라본 바다
자갈밭 앞에
무릎 꿇고.
좌우의 방갈로(아마도 1200바트쯤)에는 외국인들 몇몇이 방갈로 문을 열고 멍하니 바다를 보다가 우리를 힐끗 바라보았다. 이 때 우리의 시각에는 퀭한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이 마치 섬으로 유배온 히키코모리 같아 보였다. 나는 정말 묻고 싶었다. 당신들은 왜 이런 자갈밭을 마당으로 명상을 하고 있느냐고. 고향에서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감히 역모라도 꾀했는가?
한적한 풍경이었다. 도저히 자갈밭을 가로질러 바다로 달려가 그 물에 발을 담글 분위기가 아니었다. 방갈로 주변은 침묵서원이라도 한 듯한 묵묵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분명 론리하긴 하네”
“그러게.”
우리는 말 없이 발길을 돌려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뭐든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문한 과일 주스와 국수, 볶음밥을 먹고 나니 기분도 느긋해지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백사장이 없다는 것 때문에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그리 나쁜 곳은 아니다. 아름답다면 아름답다. 한적한 것도 나쁘지 않다. 한적하다고는 해도 한국 해변 기준이지 사람이 정 없는 것도 아니다. 식당도, 술집도, 있을 건 다 있다.

하지만 이국의 해변, 그 모래에 발을 한번 담그고 그 바다에 발을 한번 담그고 싶다는 우리의 소망이 좌절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한달 정도 느긋하게 머물거라면 몰라도 기껏해야 2, 3일 정도 코 창에 머물 우리에게 이 좌절은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물론 분명 어딘가 가까운 곳에 백사장이 있을 것이다. 사실 썽태우를 타고 오다가도 어느 정도 사이즈가 있는 백사장을 몇개 목격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차를 타고 온 것도 아니고 오토바이를 빌리려 해도 둘 다 운전면허가 없다. 이곳에는 버스나 지하철도 없다. 보통 썽태우가 섬의 주요 운행수단으로, 도로는 섬을 순환하는 형태로 나 있어서 여행객은 지나가는 썽태우를 잡아타고 원하는 곳에서 내리는 식이다. 결국 지나가는 썽태우를 잡아타고 다른 해변으로 가는 수밖에 없는데, 썽태우가 항상 다니는 건지, 가격 협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더구나 백사장으로 가고 싶을 때마다 썽태우를 잡아타고 이동해야 한다면 그것도 참 불편한 일이었다.
백사장이 바로 앞에 없다는 이 아픔….
방콕에서 6시간을 걸려 이 섬까지 왔건만 자갈밭을 벗삼아 놀 순 없었다. 결국 이날 밤 9시, 론리 비치 바로 아래의, 코 창의 최남단에 있는 방바오 비치에 염탐을 가기로 했다. 그래도 다른 해변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봐야 다음날 옮길 것인지 어떤지 판단을 한다는 생각이었다.
썽태우를 타고 도착한 방바오 비치는 컸다. 큰 해물 전문 식당에 즐비한 관광용품 파는 곳, 편의점도 큰 곳이 있고.론리 비치는 정말 말 그대로 작고 론리한 곳이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인터넷 후기에도 ‘한적하고 조용하게 보내기 좋은 곳’이라는 문장이 있었던 듯도 없었던 듯도….
하지만 방바오 비치에서도 결국 백사장을 보지는 못했다. 밤이었던 데다가, 규모가 상당히 컸고, (하여튼 여기에도 백사장이 아무 데나 있지는 않다!) 썽태우도 점점 뜸하게 다니기 시작해서 숙소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걱정되었던 탓이다. 사실 백사장을 한번 보려고 어둠에 쌓인 리조트 비슷한 건물로 다가가다가 사나운 개가 짖으면서 쫓아오는 바람에 돌아나오기까지 했다. 이쯤에서 왜 지금까지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는가 하는 한탄이 나오는데… 좌우간 거의 마지막 운행인 것처럼 보이는 썽태우를 타고 겨우 론리 비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마 여기 어딘가에 백사장이 있겠지. 설마. 하지만 우린 찾지 못했다. 사실 해변이라고 하면 바로 눈 앞에 당연히 백사장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해수욕장 중심적 사고'를 가진 우리에게 이 사실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밤에는 ‘옴’이라는 술집에서 칵테일을 마셨는데, 이 술집은 서양인 바텐더가 활기차게 “The Bar is Open!(영업하고 있어요!)"이라는 구호를 구성지게 외치며 손님을 끌고 나름 쉐이커도 공중에 던졌다가 잡으면서 칵테일을 만드는……하여튼 활기찬(혹은 그러려고 노력하는) 곳이었다.

음악은 대체로 테크노-트랜스 풍. 가끔 라디오 헤드 같은 사이키델릭한 록음악. 론리 비치가 히피한 분위기라더니 이 술집을 보면 정말 그런 모양이다. 어디 딱 대마라도 피는 사람이 있을 법한(없었지만), 요컨대 히피풍의 서양인들이 와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할까.
100바트라기에 스테이크를 하나 시켰는데 맛은 그냥 그랬다. 다만 값이 싸서 만족스러웠는데, 막상 나갈 때 “가격표가 잘못 적혀 있었다. 미안”이라면서 사실은 200바트라고 하더라.
… 콱 그냥 안 낼 수도 없고.
가격이 쓰여 있지 않은 칵테일 값도 생각보다 싸진 않았다. 끝까지 일진이 안 좋은 날이었다.
밤엔 숙소 관리실에서 DVD를 빌려다가 보았는데 바로 로버트 저맥키스의 애니메이션 ‘베오울프’였다.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백사장이 나왔다.

2월 17일 오후 3시 30분
왕궁에서 돌아오자마자, 숙소 앞의 식당 일레븐 갤러리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잤다. 고생을 위안하듯, 지난번의 메뉴보다 더 맛있는 것을 주문할 수 있었다. 그냥 볶음밥과 국수일 뿐이지만, 훌륭한 맛이어서 피로를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듯 싶다. 특히 볶음밥에 곁들여진 야채들이..한국의 쌈밥 같다. 태국 음식을 먹을 때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재료가 정말 신선하다.


그렇다. 본래 우리는 태국의 해변에 방갈로를 빌어, 그냥 놀면서 잠들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자고 먹고 쉬기 위해서 왔던 것인데, 어느새 이렇게 피곤한 짓들을 하고 있었다!
밤 11시
한 잠 푹 잔 후, 숙소 앞의 맛사지 샾에서 발맛사지를 받았다.(1시간에 250바트, 카오산보다 비싸다) 그리고 ‘수안룸 야시장’이라는 곳에 갔다. 관광안내책자에서 보고 궁굼해서 들려본 것인데... 자정이 넘으니 거의 파장 분위기여서 그냥 돌아나와야 했다. ‘야시장’이라기에 당연히 새벽까지 할 줄 알았는데..... 어디까지가 ‘밤’인지의 개념이 한국과는 다른 모양이다. 하여튼 택시비만 날려야 했다. (50바트x2)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대박을 건졌다고 할까. 야시장에서 돌아오는 길, 숙소가 있는 스쿰빗 쏘이11 앞의 대로변에 노점상들이 속속 오픈하는 것을 발견했다. 낮에는 옷이나 악세사리를 파는 노점들이 가득했던 곳인데 자정 즈음이 되자 ‘거리의 식당’이 차려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이 그냥 포장마차 수레에서 국물 하나 끓이고 밥이나 국수를 말아주는 식이지만 그 중 한 곳은 커다란 수레에 각종 신선한 야채와 해산물, 고기 등이 진열되듯 실려 있었다. 테이블도 5, 6개 이상 늘어놓고 있었고 일하는 사람도 5명은 되는 것 같다. 재료를 다듬는 사람, 냄비를 들고 요리를 하는 사람, 서빙을 하는 사람, 주문받은 칵테일을 만드는 사람 등등.


지금까지의 교훈으로 보아, 태국의 거리 음식은 가격대 성능비는 물론, 절대적인 맛으로도 훌륭한 편이었다. 하지만 거리 음식보다 레스토랑의 음식이 좀 더 '갖춰 입은' 식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이 두 개의 장점만 결합한 듯한 이 거리의 레스토랑, 과연 어떨까. 동행인과 나의 가슴은 식탐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몇몇 테이블에서는 요리를 주문했고, 한 테이블에서는 어떤 태국인들이 숯불로 가열되고 있는 둥근 항아리 안에서 국수를 집어 먹고 있었다.
"저게 무슨 음식이지? 맛있겠는데?"
"저거 수키라는 거야! 나 저거 정말 먹고 싶었어!"
그래서 우리는 수키를 주문했다.
가열 중인 항아리 안의 국물에 야채와 고기들을 넣어서 건져 먹는 요리로, 일종의 샤브샤브라고 할 수 있는데.

맛있었어.
좋았다고.
이것 말고, 바나나 잎에 싼 다진 고기를 두 개 주문했다. 해파리 등이 섞여 있는 다진 고기로, 짜고 식초에 버무려진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별로였지만 자꾸 먹다보니 묘한 중독성이.. 주문한 것을 다 합쳐서 210바트. 싸다! 메뉴도 상당히 많은 편이어서, 언젠가 다시 와보기로 했다.
새벽 2시 경에는 숙소 앞의 마트에서 미리 사놓은 맥주를 마시면서 로비에서 영화 ‘Dogma'를 보다 방으로 가서 잠들었다. 그렇게 저문 하루였다.
2월 18일
이날은 하루종일 쉬면서 어느 해변에 갈지 타진하고 교통편과 숙소를 알아보기로 했다. 결국 내일, 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해변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기로 결정한 것이다. 태국 여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일종의 반 이상은 태국의 해변에서 보내기로 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어느 해변에 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푸켓의 피피섬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피피섬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했고, 차로 가려면 12시간의 여정을 감수해야 한다. 비행기는 너무 비싸고 왕복으로 하루가 날아가는 것도 심한 일이다. 애당초 피피섬은 단념!
그래서 동행인과 내가 후보에 둔 것은 코 창, 코 사멧, 후아힌의 지역이었는데 셋 다 방콕에서 6시간 이내 거리다. 관광 책자를 아무리 뒤져봐도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결국 소거법으로 결정하게 되었는데, 코 사멧은, 국립해상공원이라 입장료가 400바트라는 단점으로 포기. (2인이면 800바트. 35000원 정도다). 후아힌은 아무래도 섬이 아니어서 포기. 왠만하면 섬에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남은 것이 코 창이다. 사실 이 때 동행인과 나의 공통적인 생각은, "우리가 어차피 태국의 해변이라고는 전혀 가보지 못했는데... 결국 어딜 가나 대충 만족스럽지 않겠는가."였다.
이 날 먹은 것과 행한 일은 다음과 같다.
오후 2시쯤 일어나서 오후 3시쯤. 역시 숙소 앞의 일레븐 갤러리에서 생선요리와 국수. (350바트 정도)
다시 한잠 자고.
저녁 7시쯤 거리로 나가서 거리에서 국수 한 그릇을 둘이 나눠 먹음. (50바트)
밤 9시쯤, 여행사에 버스편을 물어보니 코 창까지 여행사 알선으로 들어가는데 1인당 800바트 정도가 든다고 한다. 비록 숙소 앞까지 픽업하러 오는 데다가, 일일이 우리가 차편 배편을 알아볼 필요가 없는 것이지만 ... 너무 비싸다. 우리가 직접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300바트에 불과한데 말이다. 카오산 근방의 한인 여행사를 알아보면 500바트 정도에 갈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 내일 아침 당장 출발해야 하는데 이미 늦은 일이고,
결국 여행사 같은 거 통하지 않고 그냥 우리 힘으로 더듬더듬 찾아가기로 했다. 설마 다 큰 성인 두 명이 맘 먹고 섬 하나 못 들어가겠는가!
입장료 400바트 때문에 코 사멧을 포기했는데 800바트를 선뜻 낼 순 없다구!
그리하여 이번에는 코 창 어드벤처가 결정되었다. 고대의 섬 코 창으로.
밤 10시쯤,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코 창에 대해 추가 정보를 입수. 누군가의 후기를 보고 론리 비치라는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좋은 숙소에 대한 후기가 있었고, 뭔가 한적한 백사장이 연상되는 이름이다. 그리고 뭔가 히피스러운 분위기라는 후문이었다. '론리 비치'라는 이름이 좀 불안하긴 하지만.. (왠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일단 가보지 뭐.
자정이 되었다. 동행인과 나는 어제 먹었던 그 스트리스 레스토랑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먹어주마 - 어제의 기쁨을 다시 한번! 서빙하는 아저씨가(트렌드 젠더인 듯) 우리를 알아보고 좀 특별하게 대해준다. 이날은 닭국물 국수와 볶음밥을 먹었는데, 역시 맛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시킨 오징어바비큐가 실패였다. 다른 요리에 비해 비쌌던 데다가 순전히 술안주용이었던 것이다. 새우나 게, 생선 등을 시키고 싶었는데 해물 재료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2월 14일. 새벽 5시.
출발 전. 제대로 잠들 수 없다. 6시간의 비행 시간 동안 대충 잘 수 있겠지. 방콕의 수안나폼 공항에서 동행인과 5시에 만나기로 했던 것을 되새긴다. 함께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에 가서 짐을 풀고 방콕의 밤을 즐기면 되리라. 이런 공상을 하며 눈꺼풀만 살짝 감고 있던 참이었다. 마침 동행인에게 전화가 왔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나보다 이른 비행기를 타기로 한 동행인이다. 막 비행기에 타려 한다는 전화인 줄만 알았는데...
- 어떻게 해.. 비행기 놓쳤어.. 다음날 비행기를 타야 할 것 같아...
아니 어떻게 비행기를 놓칠 수가 있어?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어서 "와, 인간이 비행기를 놓칠 수가 있구나!"하고 놀려대긴 했지만, 솔직히 마음 한 켠에는 불안과 초초가 싹트고 있었다. 그건 바로 '낯선 땅에서 나 홀로'라는 정세인식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나 혼자 수안나폼 공항에서 내려서, 혼자 버스를 타고, 혼자 예약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잠들어야 하는 것이다.
.... 그러니까 방콕에 도착하는 저녁 5시부터 다음날 동행인이 오는 오후 12시까지, 20시간 동안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도시에서 홀로 지내야하는 것이다.
혼자 있는 게 뭐 어떠냐고? 물론 아무렇지도 않지. 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여러 사람 모여 있으면 시끄러워 불만스러워 할 정도다. 4인 이상의 술자리는 가기도 싫고, 식당밥도 혼자 먹는 게 좋다. 심지어 사람 북적대는 게 싫어서 친구 결혼식도 거의 안 간다.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혼자 있는 게 싫을 리가 없지. 나에게 영어 울렁증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고백하자면, 내 영어 수준은 주변 지인들보다 현저히 떨어져서. 그야말로 기초 회화 문법을 다시 떠올려야 할 정도다. 사람들이 나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교육 수준에 비례하는 회화 실력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더 고백하자면, 내가 보컬로 있는 모 밴드는, 6년 전 비틀즈의 'Get Back' 을 노래하게 시켜본 이후로 다시는 내게 영어 노래를 권유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발음도 콩글리쉬라는 것인데... 설상가상으로 히어링이 형편 없어서 상대의 말을 (쉬운 단어도) 쉽게 알아듣지 못한다. 가히 한국 영어 교육의 살아 있는 실패 표본이라 하겠다.
아, 영어가 능통한 동행자를 굳게 믿고 있었는데. 이제 정말 잠들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뜬 눈으로 지세우며 기초 문법을 하나씩 되새겨본다. can't 용법이 떠오른다.
"I... can't ... english very.. well... please.. forgive me.. no! no! don't hit me!"
어느새, 타이항공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이룩한다. 여기까지는 한국인 스튜어디스가 있어서 별 불편함은 없지만 낯선 땅에서 혼자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 이게 바로 여행의 두근거림과 불안함, 고독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내식을 앞에 두고 갑자기 식욕이 솟구쳤다. 먹어야 한다. 먹어두어야 버틸 수 있다.
드디어 '진정한 고독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여담인데, 비행기 착륙시의 귀아픔 현상은 너무 심해서, 홍콩에 한번 착륙했다 다시 떠오르자 한번 더 착륙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끔찍하게 여겨질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은 다들 괜찮은 건가?
* * *
오후 5시 30분.
드디어 수안나폼 공항에 도착. 역시나 덥다.
AE2 버스에 탑승해서 배낭여행객들의 센터라는 카오산 로드에 도착했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해둔 뉴조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헤메는데..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반 태국인은 영어를 못할지도 모르고..서양인을 찾아보려 했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서양인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도 무리다. 역시나 나는 코쟁이는 사람을 잡아 먹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조선인의 후손인 것이다(오지 오스본을 봐라. 닭을 찢어 죽이잖아) 한국인 없나, 한국인!
결국 1시간 가량 헤멘 끝에 버스에서 내린 지점에서 겨우 10미터 떨어진 곳에 이정표가 있는 것을 발견. (털썩)
여기까지 쓴 돈. 버스 값. 150바트.
뉴조 게스트 하우스에서 미리 예약한 더블 룸을 체크 인. (역시 히어링이 잘 안 되서 고생했지만 멍하니 있자 다 알아서 해주더라) 350바트.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꾼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꿈을 꾸다 깨어난다.
그는 가장 선량하기 때문에 아픈 척을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불구의 다리로 남들처럼 걸으려다 지쳐버린 사람의 꿈을 꾼다.
그는 자신에 대해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설명은 변명이 된다.
힘든 척을 하지 않기에 위로받지도 못한
그 사람이 나를 응시하는 꿈이다.
새치기하는 이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절대 오지 않을 것이 뻔한 자신의 차례를 순순히 기다리는 사람이다.
끊임없이 밀려나서 순번도 없는 사람의 꿈을 꾼다.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고 내게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그런 아침의 꿈을 꾼다.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는데
사람을 사랑하고 살아가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의 꿈을 꾼다.
끊임없이 죽음의 응시를 받아도
그걸 알면서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의 꿈을 꾼다.
절대 상처받았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의 꿈을 꾼다.
거침없이 인생을 낭비할 수 있는 사람의,
가장 낮은 곳에서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의 슬픈 꿈을 꾸다 깨어난다.
마이스페이스와 함께 진행하는 동영상 인터뷰. 이제 2, 3주에 한번씩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컨셉을 점점 다듬어야 하겠다.


약장수 2009/02/16 23:52 # M/D Reply
진구보다는 부잣집 도련님 컨셉으로 나오는 비실이(스네오)를 말하려는거 아니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