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나는 린디홉을 추는 커플을 보면서 마치 ‘야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심정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말에는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몇 가지 상술을 반드시 덧붙여야겠다. 첫째로, 린디홉은 살사나 탱고 등에 비해 비교적 에로틱하지 않은 춤이라는 것. 둘째로, 실제로 춤을 추면서 야한 옷을 입거나 야한 동작을 하기 때문에 그런 심정이 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린디홉은 두 사람이 한 손 혹은 두 손을 마주잡고 둥둥거리는 바운스를 만들며 턴을 하거나 빙빙 돌리고 고무줄이 붙은 듯 밀어내거나 당기는 그런 춤이다. 때론 두 댄서(리더/팔로워)가 가지는 커넥션의 면적을 넓히기 위해 상체와 허벅지를 붙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포옹에 가까운 피겨(figure)를 취할 때도 있지만, 사실 보이는 것보다 몸이 닿는 면적은 훨씬 적고, 보기에 그리 야하지도 않다. 아마 부비부비 댄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포르노를 보는 심정'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몸을 붙이는 몇몇 형태를 두고 한 소리도 아니다.
나만 그런지도 모른다. 건강하게 땀을 흘리며 린디홉을 추는 커플을 보면 때론 굉장히 행복해 보이면서 그걸 관찰하는 내가 도리어 민망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아, 저 사람들 참으로 행복하구나" 누군가의 행복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보다 더 야한 것도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춤을 출 때는 감추지 않는다. 아니, 감춰지지 않는다. 아마 저 여자(팔로워)는 직장에서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얼굴을 이 지하의 스윙바에서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저 사람이 저렇게 활짝 웃을 수 있다는 것, 그녀의 부모조차도 모를지 모른다. 어쩌면 저 여성의 몸을 보고, 만지고, 귓불을 깨물지도 모르는 애인조차 그녀가 춤을 출 때 어떻게 변하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리더가 음악을 멋지게 타고 그것을 리딩으로 전달할 때 그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대로 추고 있다'고 생각할 때 그녀가 어떻게 희열을 느끼는지. 그 희열이 손이 맞닿은 커넥션을 통해 리더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다른 의미로 그 팔로워가 1시간 정도 춤을 추어 근육이 풀리기 시작하고 이제 '음악을 타기 위한 몸'으로 변하기 시작할 때, 그 몸이 어떤 질감을 가지는지, 그 질감이 어떤 냄새를 가지는지, 그녀를 낳은 부모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함께 추는 사람은 안다.
남성쪽인 리더도 마찬가지여서, 그 남성이 음악을 타면서 보이는 센스나 창의력은, 공무원인 그가 직장에서는 한번도 보여줄 기회가 없던 것이었을 터다. 그의 풋워크가 주는 음악적인 느낌은 그의 아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팔로워에게 보여주는 배려심이나, 그 팔로워의 느낌에 맞춰 자신의 리듬을 변화시키는 부분은 어떨지. 그리고 자신이 음악을 제대로 표현하며 파트너를 리드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 그리고 그것을 팔로워가 '알아채고' '반응하고' '따라오고'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그가 깨달았을 때 그가 보여주는 웃음은, 아마도 그 한 곡의 파트너인 그 팔로워만이 볼 수 있는 특권이다. 그리고 두 몸이 하나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 리드하는 쪽의 몸이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글세, 세상에서 가장 야한 것은 피아노 연주에 몰두하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과 표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그것에 비견할 만은 하다. 관점에 따라서는 너무도 섹시해서 몸을 부르르 떠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춤을 추는 신체’란 특별한 것이다. 다른 그 무엇과도 다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린디홉은 굉장히 건전한 춤이다. 물론 커플 댄스란 이성 간의 춤이므로 성적 긴장감을 동반한 뉘앙스가 있기는 하다. 왈츠 같은 춤에도 그런 건 있다. 살사는 섹스 어필을 과시하는 동작이 많이 개발되어 있고 탱고에는 성적 은유가 깊게 녹아 있다. 린디홉에도 유머러스한 성적 표현들이 있다. 하지만 린디홉을 추는 공간에 한번이라도 가본다면 내가 말하는 린디합의 건전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술 한 잔 마시지 않고 3시간 동안 게토레이나 자몽에이드만 마시면서 지하에서 빅밴드 시대 스윙음악에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본다면 말이다.
여기에는 남-녀 간에 그 흔한 '작업'도 없다. 한 파트너와 4분간의 춤이 끝나면 바로 다음 파트너에게 가서 "한 곡 추시겠습니까?"라고 말하고 춤춘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신발 갈아 신고 집에 간다. 그것의 반복이다. 그 다음에 사적으로 작업을 걸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에서는 그냥 일어나는 일이고, 춤추는 장소 바로 그곳에서는 야한 무엇인가가 개입될 도리가 없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린디홉이 굉장히 야한 춤으로 보일 때가 있다. 야하다는 것이 별 것도 아니다. 옷을 벗고 춤춘다고 해서 야할 것도 없다. 알몸 따위 세상 모든 인간이 다 가지고 있는 특별할 것도 없는 물건이다. 남성에 대비해서 말하자면 여성의 몸은 세상 인구의 1/2가 가지고 있다. 그렇게 흔한 것이 특별히 야할 수는 없다. 이것이 대부분의 포르노가 지루한 이유다. 하지만 춤은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이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간직하던 표정이 밖으로 드러날 때 그것은 야하다. 두 사람의 몸이 하나가 된 것처럼 음악을 타고 움직임을 시작할 때, 그것은 야하다. 그 사람의 몸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디 이미지의 상식을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옷을 벗는 것보다 아름답고, 멋지고, 야하다. 인간이란 무엇을 하든, 희열을 느끼는 순간에 가장 야한 것이다.
달리 보면 이 사회에서는 '춤을 추는 취미활동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야한 행동인지도 모른다. 이것 자체가 일종의 불륜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보면 춤을 춘다는 행위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이라는 부인으로부터 바람을 피우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것을 ‘탈주’니 어쩌니 하는 용어로 포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좌우간 춤을 추는 사람은 그리 쉽게 세상에 붙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굳게 매달리는 사회적 기반이 좀 부족하더라도 자신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파트너와 음악 하나만으로도.
그래서 나는 종종 남이 추는 장면을 정신없이 관찰하다, 움찔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엑스터시를 느끼기 시작하는 인간의 표정이란 그것보다 더 보고 싶은 장면이 없다. 사회적 노동과 관계없는 일로 희열을 느낀다는 것,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야하다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금기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http://www.flyste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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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 2008/12/11 12:05 # M/D Reply
가슴이 아플거 까지야~~ ^-^ 나두 스카이의 손 맛을 느껴보고 싶다아.
깜악귀 2008/12/11 15:42 # M/D
어떻게 댓글을 달았지?
이 블로그는 댓글이 없는 블로그로 설계했는데 와.
하여튼 반가우이. 하하.
Dann 2008/12/13 21:35 # M/D Reply
저도 리플을 달수 있는걸요- ㅋ 갑자기 설계가 깨졌나봐요
전 까막귀님 팬이에요 ;) 흐흣
깜악귀 2008/12/13 22:50 # M/D
아아앗 이럴 수가;
powder FlasK 2008/12/19 19:05 # M/D Reply
저런 봉인이 풀리다니
저도 깜악귀님 팬ㅋ
날개 2009/01/06 02:33 # M/D Reply
그래서 나도 달아보았어.
냐하핳하하 -0-
우왕 2009/01/25 17:21 # M/D Reply
질수없어서 남깁니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깜악귀 2009/01/27 03:35 # M/D
으음...
까막귀 2009/02/01 01:57 # M/D Reply
유독 이 페이지에만 답글이 달리네요~ ㅎㅎㅎ 음... 깜악귀님 최고!!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