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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인이었다. 한번도 피를 본 일이 없는 단검을 꺼내들고 닭의 머리를 손으로 잡았다. 닭이 몸부림치며 노인의 손가락을 쪼아대기 시작했지만 노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마라도나는 이번 월드컵에 명장으로 거듭난다.."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것이다.."

그러자 노인의 주위의 공기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짐승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야수들임에 틀림없다.

노인의 예언은 계속된다.

"스페인은 최강 전력. 우승할 것이다!"
"리오넬 메시는 대회 MVP가 될 것."

노인은 계속 예언을 쏟아내다가 이제 지쳤는지 숨을 고른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쏟아내어 단검을 닭의 목에 대고 그대로 그었다. 바롱 삼디, 바롱 삼디, 알 수 없는 주문이 반복되었고 결국 그의 저주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젠 늙었어...

더이상은 마법도 힘이 든다. 젊었을 때 축구에 전념할 때가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공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수닭의 시체 앞에서 상념에 젖어 있을 때 전화가 걸려왔고 노인은 손에 묻은 피를 대충 닦고 수화기를 들었다. 그의 매니저였다.

"이봐요, 당신이 한 말이 또 안 이루어졌어. 스페인 우승 전력이라고 했잖아. 이번에 스위스한테 완전 깨졌다고! 으하하하! 진짜 나쁜 의미로 백발 백중이야"

"훗... 그렇군."

"당신 발언의 영향력이 축구 역사상 최강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어. 당신이 자기 나라 축구팀에 대해 호평 한 마디라도 할까봐  돈을 주고 입을 막겠다는 나라가 줄을 섰어! 일단 잉글랜드가 5000만 유로를 내겠다는군. 잉글랜드가 일찌감치 탈락할 거라고 한 마디만 해달래. 완전 대박이야."

'그래. 잘 된 일이야. 은퇴를 해서도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니..'

어쩌다 주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지 자신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재미였던 것이 이제 본업이 되었다.

어머니에게 브라질의 전통 주술을 얻어들은 것은 아주 어린 시절의 일이었다. 자신이 한 말이 거꾸로 돌아오는 주술이지만 나쁜 말을 하면 좋은 일이 되는 것이니 딱히 잔인한 주술은 아니었고 오히려 정겨움이 넘쳐났다. 어머니는 그랬다. 꽃에 물을 주면서 "넌 곧 시들어 버릴 거야" 그러면 꽃은 활짝 피어 만개했고 어머니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났다.

어린 시절의 노인에게도 어머니는 항상 말했다. "이렇게 비실비실해서 어디 공이나 하나 제대로 차겠니?" 물론 그것도 거꾸로 되었다. 그가 축구공을 한번 잡으면 막을 수 있는 수비수는 한명도 없었다. 세계가 그의 발끝에 경악했다. 어머니의 얼굴에도 웃음이 피었다.

한창 때에는 기억하지도 못했다. 은퇴를 하고 나자 어머니가 전해준 주술이 머리 속을 맴돌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재미로 한마디 해보았다. 1994년인가? 콜롬비아가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콜롬비아는 탈락했고 자살골을 기록한 선수는 자국민들에게 살해당했다.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세계는 그의 입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결국 월드컵이 돌아오는 4년마다 그는 주목을 받았고 세계의 언론이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비명을 질렀다. 그 때마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수천만이 아우성을 치던 그 시절로. 그러자 멈출 수가 없었다. 이래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머니.

"스페인도 다시 돈을 내겠다고 돌아섰어. 이번에 스위스한테 진 게 어지간히 충격이었던 모양이야. 1억 유로를 내겠다는군!" 이봐, 당신 선수 생활에 버는 것의 백배는 더 벌 수 있어!"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쯔쯔, 또 그런다. 아 그렇지. 이번엔 아시아의 대한민국이 이번에 한 마디 해달라고 돈을 주겠다는데 어때? 거기도 나라 정국이 좋지 않아서 축구팀이 잘 해야 뭔가 숨통이 트일 모양이야. 거기도 5000만 유로 정도 준다는데. 뭔가 한 마디 해주지 그래?"

"그래. 대한민국 축구는 국제무대에선 통하지 않아, 조별리그에서 떨어질 것 - 이라고 한 마디 해주면 될까?"

"그 정도면 충분할 거야."

이제 다들 알겠지만 그의 이름은 펠레, 축구 황제의 이름이다.

1998년의 끔찍한 비극 이후에는 그도 발언을 자제햇다. 한번 마법에 얽힌 그의 말은 더이상 단순한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펠레는 결국 조국을 위해 마법을 썼다. 그는 말했다. "브라질은 조별 리그도 통과 못할 전력이다" 그리고 부두의 신은 그것을 거꾸로 돌려주었다. 브라질은 우승을 차지했다.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지만 그는 조용히 미소지었다. 브라질이 우승할 수 있다면 무슨 비웃음을 당해도 상관없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좋아했을까? 그건 알 수 없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저주를 팔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였다. 한번 돈을 받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었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더러운 장사였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돈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인터넷이라는 게 나오자 펠레의 저주라는 말은 더욱 유명해졌다. 그는 검색어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잊히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그는 어느날 한 축구 유망주의 장래를 높이 평가했는데 펠레가 보기에 그의 전성기 때보다 더 대단하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선수는 아주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선수가 되었다. 그 순간부터 전혀 실력이 늘지 않고 이상할 정도로 운이 따르지 않는 인간이 된 것이다. 노인은 그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울고 또 울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왜 어머니가 꽃이나 아들을 향해서만, 좋은 일을 위해서만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가 한 일은 창창한 선수의 장래를 망치는 일이었고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러나 그 저주로 인해 그의 이름값은 더욱 올라갔다. 그리고 지금의 매니저가 그에게 접근했다. 돈 냄새를 맡는데 아주 탁월한 남자였다. 윤리니 사랑이니 하는 것에는 하등 관심이 없는 남자이기도 했다.

"아 그리고 마라도나가 이번 한국전을 앞두고 아주 불안한가봐. 당신하고 통화 한번 하고 싶어하는데."

"훗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이젠 돈을 내고 싶어진 건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당신을 라이벌로 생각해서인지 아주 기세등등하잖아. 이제 와서 손을 벌릴 정도면 아무래도 정말 마음이 급한가봐. 한 5000만 유로 내겠다는데. 그 대신 우승 좀 시켜달래."

"한국과 같은 금액이군. 어떻게 하면 좋지?"

"글쎄.. 양쪽 다 해주면 되지 않을까? 크크크"

전화가 끊어지고 노인은 그제야 소파에 몸을 누이고 쉬었다. 입으로 지치고 긴 한숨을 토해내었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있고 멈출 수 없다. 지칠 때까지 달리는 공격수처럼, 그의 주술도 멈추지 않는다. 그가 선수 생활 동안에 배운 것은 단 하나였다.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동안에는, 공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

그는 새로운 수닭을 꺼내들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새로운 말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뭐든지 거꾸로 될지니.

"아르헨티나의 조직력은 형편없다! 그들은 한국을 이기지 못할 것!"

"대한민국은 세계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아! 그들은 조별예선에서 떨어질 것!"

노인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되는 대로 될지니.


- 20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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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졌구만.
2010/06/16 10:46 2010/06/16 10:46
for nothing 2010/06/16 10:46 by 깜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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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M

죄송합니다. 최근에 몇 주 동안 FM에 빠졌어요. 게임 구해준 곰사장이 "소속 뮤지션이 FM하는 건 좀..."이라고 하긴 했어도 그 때는 콧웃음쳤죠. 난 왠만하면 중독되지 않는 체질이라고 우기면서 ... 빠져드는데 3시간도 안 걸리더군요. 이건 완전 날 위한 게임이었어요. 회사에서도 점심 시간에 혼자서 FM만 했어요. 덕분에 하던 것도 많이 지체되고..

최근에 최근 저장 파일이 날아갔어요. 게임 내 시간으로 치면 2개월이 날아가더군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2011년 12월까지 한 참이었는데.. 비싸게 사온 비야는 무릎 부상으로 2개월 끊어주고 루니는 부진하고, 속이 타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우리의 소중한 그 시간이 날아갔어요. 할 수 없어요. 상실감에 위장이 아프지만 전화위복으로 삼고 다시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녹음도 조금 더 타이트하게. (지금까지 놀았다는 건 아니지만요)

* 책

죄송합니다. 책 하나 썼어요. 아마 이번주 주말쯤에 서점에 깔릴 것 같은데. 오래 걸렸어요. 처음에는 한 4, 5개월 만에 끝내려고 했는데 한 9개월 걸린 것 같아요. 편집자 속 좀 주걱으로 긁었어요. 글 다 쓴 다음에 편집에도 시간이 들고 기타 등등. 후반 수정작업도 좀 있었고. 내용상 클리어할 과제가 많은 책이어서 꽤 이런저런 노력도 해야 했고 아주 깔끔하게 써낸 것 같진 않지만.. 꽤 읽을 만 하다고 생각해요. (음.. 아니 그보단 더 가치가 있을지도)

이거 때문에 이용한 카페의 요금을 생각하면 ... 아마 인세와 육박할 정도는 될 것 같네요. 그러니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똔똔인지도.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출판사 미팅 때 편집자가 저자인 저에게 먹인 타코라이스 비용만 생각해도 출판사의 이윤은 가볍게 까먹고 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고. 좀 팔리면 좋을 텐데? 홍대 수카라의 타코라이스는 거의 공식 식량이었음.

흠.. 무슨 책이냐면. 비밀이예요. 주말쯤에 서점에서 깜악귀라고 쳐보면 나올지도.
약간 부끄러워요.

* 헬스

헬스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근육량이 너무 부족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그냥 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몸 상태가 나날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몸 여기저기에 일단 근육 장갑을 둘둘 감아야 할 것 같아요. 글구 머 생각해보니 몸을 만들어보는 것도 기분이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일단 안 해본 짓이니만큼 호감이 있어요. 솔직히 나쁠 건 없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편견에 의하자면 헬스장은 일종의 소세지 공장처럼 느껴지고 (사람들이 몸에 쏘세지를 감고 쏘세지를 키우고 그 쏘세지를 먹인다!) 나도 일종의 소세지 통조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순수하게 편견 맞으니까 스스로도 웃지만요. 하여튼 몸 운동하는 걸 마구 비웃던 인간이 헬스를 하다니까 좀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무서워서 혼자서는 등록하러 못 가겠어요. 처음 온 인간은 일단 믹서에 넣고 마구 갈아버리는 거 아닐까..?

* 운전 면허와 밴드 앨범

죄송합니다. 전 아직까지 운전 면허증이 없어요. 무능한 인간이라는 증명 같아요. 따긴 해야 할 텐데...웃음 뿐. 밴드 앨범도  빠르게는 진행되고 있지 않으니 좀 미안하네. 그래도 멈춰 있는 건 아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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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 그 외에도 죄송한 일들 투성이..



2010/05/31 14:19 2010/05/31 14:19
day and life 2010/05/31 14:19 by 깜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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